1992년 9월 28일 월요일.
드디어, 속세(?)를 떠나는 날이다.
부산역에는 엄마와 학교 선후배들 몇몇이 나와 있었다.
나는 낮술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하는데, 이 날은 도저히 맨 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어, 결국 맥주 한 캔을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잠시 후, 부산역광장에 있던 분수대에 빠졌다.
친구들이 가만히 있던 나를 그냥 들어서 넣어버렸다.
당시, 부산역에서 입대 환송식을 하면 으례 있는 일이었다.
그 역광장 분수대는 지금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엄마와 그리고 친구 두명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당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무궁화호 기차비가 9900원.
친구 둘은 나를 따라 의정부까지 갈려고 기차에 탄 것이 아니라, 구포역에서 내려서 학교에 가기 위해서 기차에 탔다.
부산역에서 구포역까지 걸리는 20분남짓.
친구들이 구포역에 내리고, 나는 엄마와 둘이 자리에 앉았다.
그 때 기차에서 내려서 돌아서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너네들도 조금 있으면 군대에 갈 것이고, 그 기간동안은 잘 못 볼것이고, 제대를 해도 서로 먹고 살기에 바빠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겠지...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울 수 없었다.
기차안에서는 아마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술도 한 잔 했겠다...
그렇게 약 5시간 반.
서울역에 도착해보니, 당시 카츄사로 의정부에서 근무중이던 학교 선배 한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 선배와 같이 의정부로 가서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엄마는 먼저 여관에 들어가시고, 그 선배와 나는 속세에서의 마지막 술 한 잔을 더 하기 위해,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런 저런 군대 얘기를 선배로부터 듣고는, 속세에서의 마지막 잠을 청하기 위해 여관으로 들어갔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