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즉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그 안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남에게 전혀 피해를 안 주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제외한, 일부 진상들은 정말 신경쓰이게 만든다.
많은 진상들이 있지만, 오늘은 전화통화를 하는 진상들에 대해 씹어봐야겠다.
이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그냥 대놓고 통화를 해대니, 그냥 그려러니~하고,
지나치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짜증나게 하는 진상들이 있어,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1. 녹음기형
어제 버스에서,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버스 중간쯤 서 있던 남자였는데, 그렇게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위치상 버스안의 모든 사람들이 귀를 귀울이지 않아도 다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버스남 : 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 했지 머~
상대방 : (%*&*(&()&*(
버스남 : 머 그냥 세상 사는 얘기만 했어~
상대방 : )(&^*()^&*%*(&(_
버스남 : 신경쓰지마. 그냥 이런 저런 사는 얘기만 했어~
상대방 : )^&*%%)(&()^*^*
버스남 : 그냥 세상 사는 얘기지 머~
상대방 : ...
대충 이런 통화내용.
대략 짐작하기에, 어제(또는 그 전) 같이 술을 마셨는데, '상대방'이 술자리에서 좀 진상을 부렸나보다.
그래서, 그 '버스남'에게 전화를 해서, 걱정스런 말투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듯한 상황.
그 '버스남'은 거의 15분넘게 '세상 사는 얘기만 했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한다.
흐미~ 무슨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방송도 아니고, 주구장창 그 얘기만 한다.
(사실 중간중간에 다른 말들도 했던 것 같은데, 거의 기억이 안난다. 남의 말 엿듯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옆에 한국말을 조금 아는 외국인이 있었으면, 좋은 한국어 교육 교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15분동안 계속 같은 말만 해대니...그것도 토시만 약간 바꿔가면서...
버스 안에서 그냥 창 밖만 보고 가도, 이런 류의 대화를 들으면 정말 짜증난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가는 중에는 폭행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다 들으라고 하는 전화통화 자체도 짜증나는데 한 술 더 떠서, 같은 말만...
정말 설상가상이다.
(이런 경우, 즉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정말 많이 봤다.)
2. 자랑형
언젠가 지하철에서 들은 통화내용이다.
아~ 물론, 도청을 한 건 아니고, 역시나 목소리 큰 것을 자랑으로 삼는 어떤 진상이 통화내용을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 다 들으라고 까발렸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고, 그 '지하철남'은 이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 중. 아마 그 약속장소 지리를 잘 모르는 듯 하다.
지하철남 : 이제 가고 있어. 어디로 가면 되?
상대방 : (*^&(*%*&%()&*)
지하철남 : 거기? 거기가 어디지?
상대방 : *(%^&*$*(*()&)(( <- 아마 장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중?
지하철남 : 어, 어, 그래...어, 어, 어, 잘 모르겠는데... 머 다른 큰 건물 같은 거 없어?
상대방 : *(&^&*%$^%$*(&^*(
지하철남 : 어, 어, 어, 거긴 또 어디야? 알아듣게 좀 해봐~
상대방 : ^&%&^%$$^^%&*(^))_
지하철남 : 거기도 잘 모르겠는데...
상대방 : *&%^&$*&*^(*)
이렇게 두 남자는 서로 동문서답을 주고 받으며 한참을 가더니, 급기야...
지하철남 : 에이~ 잘 모르겠다. XX역에 내려서 다시 전화하께
라는, 아주 깔끔한 멘트로 대화를 정리하셨다. 크~
그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통화내용을 들으니, 그 진상은 약속장소의 지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약속장소 근처 큰 건물 이름을 대라고 하는데???
상대방이 몇 번을 가르쳐줘도 모르더구만. 그럼 아예 전혀 모르는거잖아~
그럼 애초부터 그냥 '가고 있는데, 내가 잘 모르니까 XX역에 내려서 다시 전화할께'라고 하면 끝날것을, 왜 그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냐고... 그 좁은데서... 좋은 목소리도 아니더구만~
친구만나러 가는 거 자랑하나??? 그 동안 '따'였던거야???
3. 음악회형
이건 어제 처음 겪은 거다. 이번에는 아줌마. 한 40대 초중반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서 핸드폰 버튼 소리로 음악회를 하는 줄 알았다.
연신,
'띵 띵 땡~ 똥 똥 띵 띵 똥~ 땡 땡 띵띵띵 똥띵땡...(반복)'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핸드폰을 '소리'(진동말고)로 해 놓고, 문자를 보내시는 중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따.
10대들같이 빨리 문자를 쓰지 못할 것 같으면, 진동으로 바꾸고 보내든지, 아니면, 그냥 전화 한 통 때려서 말로 하면 될것을, 그걸 끝까지 잡고 '띵 똥 땡'거리면서 문자를 보내시고 계신다. 정말 인간승리다.
앞에 앉아서 졸고 있던 아저씨가 슬쩍 올려다본다.
나도 그 아줌마를 살짝 째려본다.
그래도 계속 '띵 똥 땡'거린다. 정말 불굴의 의지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조금만 더 하면 한 마디 해야지~하고 마음 먹고 있는데, 마침 문자를 다 썼나보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찰나, 허거거거걱~
그 아줌마한테 답문자가 날라왔나보다.
'띵~동'하면서 문자도착 알림음이 들리고, 예의 그 아줌마는 문자를 확인하신다.
허걱, 큰일이다.
이번에 만약 한 번 더 그러면 한 마디 해야지~하고 벼르고 있는데, 답문자를 안 보내신다.
휴~
마지막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핸드폰 문자...보낼 수 있다. 대 놓고 다 들으라고 떠드는 것 보다 낫다.
핸드폰 문자...늦게 쓸수도 있다. 늦게 쓰는게 죄는 아니다. 나도 그리 빨리 쓰는 편은 아니다.
핸드폰 문자...목소리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낭만을 느낄 수도 있다.
근데 그걸 왜 '소리'로 해 놓고 쓰냐고요~ 참~나~
4. 기타
닭살형. 버스안에서 남자가 아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여친한테 전화를 한다(전화가 온건가??? 어쨋든).
지금 어디냐, 오늘 어디 갔다 왔냐, 밥은 먹었냐, 무슨 반찬하고 먹었냐, 고기냐 채소냐, 밥은 직접 해 먹었냐 사먹었냐, 집에서 뭐 했냐... 등등.
써 놓은 대화내용을 보면, 꼭 무슨 스토커 같다는 느낌이지만, 실제 통화내용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닭이 되어 날아갈 것 같은 상황.(무슨 색깔 옷을 입고 있냐는 류의 질문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그런 류의 통화를 20분가까이 하더라.
나~ 완전히~ 닭됐어~
A/S형. 버스 맨 뒷자리 어떤 아저씨. 컴퓨터 수리점을 하거나, 직장에서 전산실과 같은 곳에 근무하거나, 사무실에서 컴퓨터에서 대해서 좀 많이 아는 사람이거나. 고객 또는 동료에게서 전화가 온 상황.
컴퓨터에 주변기기(프린터? 스캐너? 등)를 설치했는데 작동이 안되는 상황.
그런데, 그 아저씨가 상대방과 통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상대방은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인 듯. 끄고 켜는 것만 아는 듯.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주변기기에 있는 단추, 컴퓨터 본체에 있는 단추 등을 설명하는데, 'USB'나 '케이블' 등 일상적인 컴퓨터 용어가 아니라, 그냥 '긴 선', '본체 뒤에 보면 이렇게 저렇게 생긴 xxx가 있는데' 등 아주 원초적으로 설명을 하는 걸로 봐서, 이건 전화상으로 설명을 해서 컴퓨터를 제대로 쓸 수 있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계속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거의 15분넘게 그렇게 씨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버스에서 내리는 바람에 내 기억에 15분이지, 아마 한 30분은 넘게 그 상대방과 전화로 씨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뭐, 투철한 A/S정신... 칭찬해 주고 싶다.
동료를 도와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BUT !
나도 전화상으로 컴퓨터에 대해 물어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전화상으로 컴퓨터에 대해 알려주는 거, 그거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나, 상대방이 어느 정도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이건 거의 쇠 귀에 경읽기나 다름없다. 내가 직접 가서 봐주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투철한 A/S정신도 좋고, 아름다운 마음씨도 좋은데, 될만한 상황이라면 백번 양보할 수 있겠지만, 되지도 않을 상황을 왜 그렇게 길게 끄는건지...그것도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버스나 지하철안에서 전화가 오면 어떤 내용인지는 먼저 받아봐야 알 수 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용건인지 등을 보면 통화를 길게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금방 끝낼 수 있다면, 금방 끝내고, 길게 해야 할 통화라면, 버스든 지하철이든 잠시 내려서, 통화를 끝내고 다시 타도록 하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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