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3일 화요일

신병교육대 입소...

드디어, 보충대에서의 2박을 보내고, 신병교육대로 배치받아 가는 날.
몇 사단으로 가는지 알고 갔는지, 모르고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군복을 입고, 시내에서 가끔 보던, 군인들만 타고 있던 밋밋한 버스에 올랐다.
저 멀리(운동장안? 정문근처?) 입대한 장정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일군의 사람들이 서성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오늘이 배치되는 날인줄 어떻게 알고 왔나 싶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고, 그 일군의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지나간다.
바깥에는 내 아들이, 내 애인이, 내 동생이 어느 버스에 타고 있는지 몰라, 이 버스 저 버스 창문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이제 진짜 가는구나.

그렇게 버스를 타고 몇 분을 갔을까.
나는 내가 배속된 사단이 어디에 있는 건지도 몰랐다.
버스가 의정부역에 닿더니, 모두 내리란다. 기차를 타고 간단다.
헉!!!
의정부는 당시 내가 알기로,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도시이고, 여기서 기치를 타고 간다는 건, 강원도 아니면, 의정부보다 더 북쪽으로 간다는 건데...
(당시 나는 의정부에서도 강원도쪽으로 기차길이 나 있는 줄 알았다.)

버스에서 내려, 줄을 서고, 플래폼으로 들어섰다.
플래폼에는 이미 모자에 작대기 하나(이등병)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모두 등에 뭔가 자기들 몸집만한 이상한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아마 훈련을 끝내고, 자대로 배치되어 가는 군인인것 같았다.
그들이 부러웠다. 내게도 저런 때가 올까?

우리가 탈 기차가 서서히 플래폼으로 들어오고, 기차에 오르기 전에 우리를 인솔해 갈 기간병(이미 자대에 배치를 받은 군인들)이 기차에 타고 난 뒤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일러준다.
대충 기억나는 것이,
-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
- 간식 등을 절대 사먹지 말 것.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그 사람들은 모두 다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다.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출발이다.

도시는 점점 멀어지고, 군데 군데 논과 밭이 보인다. 가끔 도로변에 뭔가 알록달록한 시멘트 구조물들이 있기도 하고, 창밖 도로에는 헌병이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쓴 군인들이 보이기도 한다.
저 멀리에는 무슨 무슨 부대라고 적힌 하얀 글자판이 산의 낮은 곳에 보이기도 한다.
한참을 간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기차로 1시간 이상 갈 수 있는 땅이 있었나 싶었다.

드디어 내리라는 말이 들렸다.
대광리역.
생소한 이름이다. 태어나서 서울에 가 본 것도 입대할 때까지 쳐서 두 번짼데, 서울보다 더 북쪽에 있는 역 이름이야 어련할까.
간이역같이 생겼다.

내려서, 역사를 빠져나오니 그 앞길에는 군인들이 여럿 보이고, 여기 저기 명찰 달아 주는 곳, 전투모 파는 곳 등 군인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도 여럿 있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빵빠레 같은 음악 소리가 들린다.
크~ 우리를 환영(?)하는 빵빠레인가 보다.
어리버리 우리들은 역사앞에서 줄을 맞춰서 인솔자를 따라간다.
당시, 세면백(비누, 칫솔 등을 넣어두던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갈색 가방)을 옆구리에 차고, 겨드랑이로 바싹 밀어올린 다음, 인솔자의 구령에 맞춰서 발을 맞춰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다리 하나가 나오고, 그 건너편에 신병교육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 곳이구나.

아직도 생각난다.
'정병관'. 신병교육대에 있던 체육관 같은 건물이다.

우리는 빵빠레를 들으며 정병관으로 모두 들어갔다.
허~거~걱~
들어가니, 저 앞의 연단 아래에는, 헌병들이 쓰던 것과 같은 철모 비슷한 것을 쓰고 있는 몇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그 철모(화이바라 부른다. 실제로는 철모가 아니다.)의 앞챙이 눈을 반쯤 가리도록 쓰고 있었고, 그 아래로 그들의 살벌한 눈빛이 빛나는 것을 느꼈다. 모두 꼼짝도 안하고 서 있다.
정말 무서웠다.

곧이어, 사단장이 환영사를 하고, 한 장교가 앞 연단 아래에 서 있던 사람들을 우리를 교육시킬 사람들(조교라 부른다. 당시 모든 조교들은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이라며 소개를 시켜준다.
그리곤 곧바로 소대를 나누고, 각 소대로 들어갈 차례.

다짜고짜 각 소대별 조교들은 반말에, 욕에, 발길질에 우리를 다 잡아먹을 기세로 고함치고 윽박지른다.
우리가 훈련기간 동안 지낼 중대건물은 정병관 바로 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건물까지 가는 길이 정말 멀게 느껴졌다.
가는 동안 계속 굴렀다.
앉아 일어서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TV에서나 보던 것을, 내가 직접 당하고 있다.

드디어 훈련소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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