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5일 월요일

보충대(의정부)입소...

1992년 9월 29일 화요일.

드디어, 입대하는 날이다.
정확한 정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근 18년전일이니...

점심때 마지막으로 엄마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306보충대 주변에서 이리 저리 밥 먹을 만한 곳을 찾으러다니다, 내가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자고 해서, 가장 흔한 부대찌게를 먹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는 동안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한 동안 사제밥을 먹을 수 없다는 슬픈(?) 생각밖에...

보충대 앞에는, 입영자들에게 팔기 위해 내 놓은 이런 저런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시계부터 반짇고리 등등
입대전에 듣기를, 그런거를 사봐야 안에 들어가면 다 뺏긴다고 사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서, 아무것도 안 사고 그냥 입구를 지나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머리가 짧은 사람은 오늘 입영하는 사람, 그 외는 모두 민간인.

운동장 펜스에 입영자와 가족들이 한데모여 앉아있었다.
앞 연단에서는 꽤 계급이 높은 사람이 지휘를 하고, 그 아래에 있던 군인들이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들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가족들과 함께 입영자가 머물 숙소를 공개한다며 전부 내무실을 한 번씩 둘러봤다.
내무실은 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숙소를 다 둘러본 후, 이제 가족과 입영자를 떼어놓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흐느끼는 소리, 잘 다녀오라는 소리,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렇게 나도 엄마와 헤어져야 했다.
헤어져서 가는 길에 엄마도 나도 서로를 돌아보고는, 엄마 눈가가 벌겋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런 감상에 젖어 있던 무렵.
입영자들에게 건물 뒤쪽으로 가라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어색한 짧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가족들이 보이지 않는 건물 뒤쪽으로 돌아서자마자, 큰 고함소리와 함께 욕설이 튀어나왔다.
입영자들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그저 시키는대로 이리저리 몰려다니기에 바빴다.

아~ 이런 곳이구나.

앉았다 일어났다 헤쳐모여 등을 하며 군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대충 줄을 서고, 들어갈 내무실별로 인원을 나눴다. 친구끼리 들어온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같은 줄에 서려고 하다가 떼어지는 것도 보았고, 같은 줄에 서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해서, 자대를 배치받고 보충대를 떠나는 목요일까지 지낼 내무실로 들어갔다.

입대하던 날 저녁 식사 시간.
그 전에 내무실 건물 앞에 다들 집합을 시킨다.
싸늘한 시멘트바닥에 앉아 있자니,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다.
엄마의 눈썹을 닮았다. 잠깐 꼬끝이 시려온다.

주욱 앉혀 놓고는, 왠지 군복같지 않은 군복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와서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란다.
꽤 많이 든다. 당시에는 내 나이 또래에서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너무 많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그 사람은 또 다시 실제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 손을 들고 있고 나머지는 내리란다.
절반정도 손을 내렸지만, 역시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있다.
그 군인은 또 다시, 몇 년 이상 차를 몰아본 사람만 손을 들고 있고 나머지는 손을 내리란다.
숫자가 확 줄어든다.
내 기억에 이 때 두 사람? 세 사람? 정도만 손을 들고 있었던 같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만 일어서게하고, 어떤 차종을 몰아봤는지 묻는다.
한 사람은 트럭, 한 사람은 자가용 등등 차를 몰아봤다고 하자, 그 군인은 바로, 자가용을 몰아봤다는 사람을 앞으로 나오게 하고는 바로 어디론가 데려갔다.
후에 듣기로는, 사단장인가 연대장인가 운전병으로 뽑혀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잠시 있으니, 좀 멋진(?) 군복을 입은 사람이 다시 앞에 나선다.
수방사에서 인원을 차출하려고 왔단다.
키가 얼마 이상인 사람은 일어서라고 한다. 아마 177cm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멋진 군복이 좋아보여서 일어서려고 하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재미없을거라는 그 군인의 협박을 진짜로 생각하고 일어서지 않았다. 내 키는 176cm.
일어서는 사람들의 키를 보니, 나보다 작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도 일어서볼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앉아 있었다. 혹시 들킬까봐...
그렇게 일어선 사람들은 모두 그 군인을 따라 갔다. 그리고 그 후 보충대에 있는 동안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예상대로, 그 군인의 협박은, 그냥 협박으로만 끝이 났었나보다.

이제는 밥 먹을 시간.
개인 관물대에 있던 식판과 숟가락을 들고 식당으로 갔다.
식판의 색깔은 진한 갈색이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앞서 이 보충대를 거쳐갔던 많은 사람들이 썼던 것인지,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많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코를 찌른다. 이런데다가 어떻게 밥을 받아 먹으라는거지? 싶었다.
기름기가 많은 반찬이 나오는데다가, 제대로 씻지 않은 탓이었다.
밥을 먹기 전 맡아본 냄새때문인지 낯선 환경때문인지 밥맛이 없었다.
자기 식판과 숟가락은 자기가 씻어야 한다기에 수돗가에 갔더니, 약간 뿌연 물에 담겨져 있던 엄지손가락만한 스펀지 한 장을 던져준다. 그걸로 씻으라는 것이다.
기름기 많은 반찬을 담았던 식판을 그런걸로 씻으니, 당연히 냄새가 나지.

그렇게 2박 3일동안 보충대에서 지냈다.
보충대에서 지내는 동안 별 다른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눠준 군복을 입고, 입고 왔던 사제 옷은 모두 갱지에 싸서 각자의 집으로 부친단다.
나는 주소를 쓰라고 나눠준 볼펜으로, 내가 입고 온 옷안에 몇 자 적어서 집에 보냈다. 원래는 그런 걸 넣으면 안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건지, 군인들 눈을 피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넣었다.
(나중에 제대 후, 누나가 이야기 해 주길, 엄마가 내 옷과 그 편지를 받고 통곡을 하셨단다.)

내무실에서는, 자기 침상에 나누어 앉고는, 두발검사, 신체검사 등을 새로 했으며, 나눠준 군복을 입었다.
군복이 안 맞으면 바꿔준다고 했는데, 대부분 군복이 작지만 않으면 그냥 그대로 입고 있었고, 몇몇은 군복이 안 맞다며 바꿔달라고 했다가 욕만 얻어먹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미리 머리를 짧게 깎고 들어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머리를 깎지 않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강제로 머리를 깎였다.
그리고, 보충대에서 하는 신체검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다시 병무청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퇴소했다.
그 때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렇게 보충대에서 나의 첫 입대 후 며칠을 보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