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세달 쯤 전, 아파트 현관 알림판에 아파트 관리소에서 붙인 듯한 메모 한 장이 보였다.
내용인즉,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사용하는 비닐을 버리는 쓰레기 봉투를 없앨예정이다'
라는 것.
아파트 주차장 한 가운데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다.
이 곳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큰 통들이 10여개 정도 있고, 그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았던 비닐을 버리는 큰 쓰레기 봉투(100리터짜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비닐에 담아온 음식물 쓰레기를 통에 버리고, 그 비닐을 버리라고 아파트 관리소 차원에서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쓰레기 봉투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왔던 비닐이 아닌, 일반 생활쓰레기로 보이는 것들이 버려져 있었다.
물론, 부피가 큰 생활쓰레기들은 아니지만, 소소한 쓰레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을 몇 번 보면서, 곧 이 쓰레기 봉투를 치우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쓰레기 봉투가 있음으로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참 편리했었다.
보통 각 가정마다 음식물 쓰레기용 플라스틱 통이 있지만, 오래되면서 그 플라스틱 통이 없어져서 또는 그 플라스틱 통 자체가 너무 더러워져서, 또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 음식물 쓰레기에서 냄새가 나서 안 쓰는 가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집에도 그 플라스틱 통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비닐에 담아서 그 때 그 때 갖다 버린다.
그 쓰레기 봉투가 그 곳에 있음으로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왔던 비닐을 처리하기가 참 편리했었는데, 그게 없어지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았던 비닐을 다시 집으로 들고 갔지만, 집으로 다시 가져간다고 해서, 이미 음식물로 오염된 그 비닐을 집에 둔다는 것이 탐탁치가 않았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난 다음에는, 담았던 비닐을 손으로 꾹꾹 눌러서 최대한 부피를 작게 한 다음, 주변에 나와 있는 일반쓰레기 봉투에 억지로 밀어넣기도 했다.
그 비닐의 부피를 최대한 작게 한다고는 했지만, 엄연히 내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른 사람의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는 것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음식이 썩으면서 나온 물이 질질 흐르는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다시 가져가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고 생각하면서, 참 난처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쓰레기 봉투를 치우고 난 뒤,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왔던 비닐을 어떻게든 깨끗하게 치우면 괜찮은데, 그 비닐을 그냥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통에 넣어버린다거나,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그냥 방치해두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럼으로해서, 음식물 쓰레기 통 주변은 온통 냄새나는 오염된 물로 뒤덮혔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갈 때 마다 짜증이 났었다.
여기서 한 가지 느낀 것은, 그 쓰레기 봉투를 치움으로 해서, 누가 피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봤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득은 못 보더라도 누가 피해를 봤을까?
그 쓰레기 봉투에 생활쓰레기를 버렸던 사람들은 아마 99% 아파트 입주민일것이다.
자신들의 생활쓰레기를 그 쓰레기 봉투에 마구 투기(?)함으로써, 잠시 잠깐 편해질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해서, 음식물 쓰레기장 옆에 있던 쓰레기 봉투가 사라졌고, 자신들이 나중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난 뒤, 그 비닐을 처리할 때 많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또 그 불편함을, 음식물과 함께 담아왔던 비닐을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거나, 비닐을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림으로써 해소하고 있었다.
결국, 그 쓰레기 봉투를 치우게 만든 사람은 입주민들이었고, 또 쓰레기 봉투가 없어짐으로써 불편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 또한 입주민들일수 밖에 없었다.
즉, 내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외출 중에 생활쓰레기가 발생했다면, 잠시 가방에 또는 차에 뒀다가 나중에 집에 가서 버리면 될 것인데,
그 잠시 잠깐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름으로써 그 결과가 나중에는 고스란히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 또 그 불편함을 못 참고, 비닐을 주변에다 버리고...냄새나고...불쾌하고...
반복된 것이다.
개개인이 조금씩만 불편함을 감수했다면, 그 쓰레기 봉투는 그대로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닌, 바로 나를 더욱더 편리하게 해주는 일이 되었을텐데 참 많이 아쉬웠다.
현재는, 그 쓰레기 봉투를 치움으로써 생겨난 여러가지 부작용-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비닐을 음식물 쓰레기 통에 같이 버리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비운 비닐을 그냥 주변에 널부러트려 놓은 것-때문인지, 다시 음식물 쓰레기 비닐을 버리는 쓰레기 봉투가 설치되어 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예전에는 쓰레기 봉투 입을 있는대로 벌려놓았지만, 지금은 큰 플라스틱 통안에 쓰레기 봉투를 넣고, 그 통에 뚜껑을 만든 다음, 아주 조그마한 구멍만 뚫어서 비닐만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참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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