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걷기 (2/ )
지난 8월말, 그 동안의 백수 생활을 청산할 마지막 카드를 썼다. 전 직장에서 정직원 모집 공고가 떴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서류를 접수했고, 9월말 1차 서류전형 발표가 났다.
결과는 불합격.
1차 서류전형은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은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어,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불합격 문자를 받고는 잠깐, 아주 잠깐 멍해지긴 했었지만, 크게 낙담을 하거나, 뭔가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냥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잠시 참담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오히려 이런 결과가 잘 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실 그 동안, 전 직장의 직원모집공고를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면서, 구직활동을 조금 등한시 한 경향이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뭐랄까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어떤 의식이 필요했고, 그 의식으로는 나를 다시 한 번 담금질 할 수 있는 것, 즉 가장 잘하면서도 자신있고, 그리고 나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걷기를 택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생각을 해 봤지만, 기간과 금액이 만만치않게 드는 관계로, 산티아고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국내에서 가장 걷기 좋다는 제주도 올레길을 선택했다.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이 일을 계기로 올레길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 코스에 약 20km(보다 조금 짧음) 정도로, 일반 성인 남자가 1시간에 4km를 걷는다고 할 때, 약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이 20km라는 거리는 나에게는 반나절동안 걸을 수 있는 최적의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에 올레길 2개 코스, 그렇게 연이틀동안 걷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혼자 계획을 세워놓고, 대장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번에 꼭 가야한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하면서, 현재 심정이 최대한 힘들다는 표정(실제로 힘들기도 했지만)을 지으면서...
그렇게 대장에게 허락을 득하고, 드디어 3박 4일의 대장정을 나섰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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