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첫째주.
복돼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방학에 들어갔다.
복돼지 엄마는 연수를 받으러 다니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복돼지를 돌볼수없어, 아빠인 내가 복돼지를 돌봤다.
어린이집측의 배려로 일주일 풀로 복돼지를 돌본것은 아니지만, 다른 때보다는 훨씬 더 복돼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그 일주일동안 복돼지와 같이 지내는 동안, 나는 거의 녹초가 되어 버렸다.
복돼지 엄마는 복돼지와 같이 있으면 더 좋다고 하는데, 왜 나는 더 힘들까?
나도 아이 돌보는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왜 더 힘들까?
그래서, 지난 주말, 왜 아빠가 아이를 돌보면 엄마가 돌볼때보다 몇 곱절 더 힘이 드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아이를 울리면 안된다. 절대로...
아마도 아빠들의 심리에는, 아이를 절대 울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는 것을 싫어한다. 또 돌보더라도 엄청 힘들어한다. 아마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돌보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일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내겠지만,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그런 사회생활속에서 해야하는 일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어쨋든 절대 아이를 울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아이를 울린다는 것은 곧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나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는 능력에 있어서는...
그래서, 아이를 울리지 않기 위해,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
책읽기, 말타기 놀이, 안아주기, 먹을것 챙겨주기, 놀이터에 가서 놀기, 등등...
(가만보면, 아이는 거의 인조인간이다. 지치는 법이 없다. 잘 때 빼고...)
아이를 울리지 않을수만 있다면, 왠만한 아이의 요구는 거의 들어주게 된다.
이렇게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들어주다보면, 처음에는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지만, 갈수록 지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안하면, 아이가 울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나의 무능함을 나타내는 것이고, 나는 내가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몸이 축나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계속 들어줘야 한다. 단지 울리지 않기 위해...
2. 아이를 심심하게 하면 안된다.
아이를 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심심하게 하면 절대 안된다는 심리 또한 아빠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심심해하는 사태를 나는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에게 좋은 아빠이고, 재밌는 아빠이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아빠이고, 아빠가 옆에 있는데 내 아이가 심심해 하는 것은 나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아이가 조금이라도 심심해하거나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바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된다.
퍼즐맞추기, 그림그리기, 책읽기, 말타기, 놀이터에 가서 놀기, 등등등...
아이가 잠이 와서 잠시 조용히 있는건지, 지루해서 잠시 조용히 있는 것인지는 정말 신통하게도 잘 안다. 아빠들은...
그러다보니, 나도 아이도 쉴틈이 없다. 아이야 같이 놀아주면 좋아하겠지만, 아빠는 처음에는 잘 놀아주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금방 지친다.
그러니 힘들수 밖에 없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멈출수 없다. 나의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휴...
이런 이유 때문에 아마도 내가 복돼지를 돌보면서 많이 힘들어했던게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위의 두 가지를 나는 참으로 우직하게 지켜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복돼지 엄마는 복돼지와 같이 있는 것이 좋단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나를 이상하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 힘들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엄마와 아빠, 여자와 남자의 차이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차이는, 엄마들은 위의 두 가지를 꼭 지키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엄마가 좀 피곤하면, 일부러 아이를 울리지는 않겠지만,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으면서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를 돌본다.
가끔, 우리 가족이 같이 있을 때, 내가 낮잠을 자거나, 다른 개인적인 일을 하다보면, 복돼지엄마가 복돼지를 대하는 것이 자기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를 잠시 맡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복돼지가 엄마한테 놀자고 엉겨붙을 때, 복돼지 엄마가 피곤하다고 놀아주지 않고, 그냥 누워만 있으면 복돼지가 나한테 와서 놀자고 한다거나,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복돼지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를 울리는 그런 경우들을 보면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복돼지 엄마한테 한 마디 한다.
'엄마 맞나~'...
그런데, 지난 주 복돼지와 같이 있으면서 느낀 건, 복돼지 엄마가 복돼지를 돌보는 방식이, 자신에게도 나쁘지 않고, 복돼지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은, 그런 방식이 아닌가 싶다.
적당히 혼자 놀게 내버려두기도 하고, 복돼지가 엄마한테 놀아달라고 하면, 엄마는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도 적당히 자신 옆에서 혼자 놀수 있게끔 뭔가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고, 자신이 쉬고 싶으면, 또 적당히 아이에게 둘러대면서 혼자 놀게도 한다.
아마도 이런 아이를 돌보는 노하우 아닌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복돼지 엄마가 복돼지를 돌볼때가 내가 돌볼 때보다 덜 힘든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의 아빠들이여~
아이들을 돌볼때 힘든가?
아이들을 돌보는게 두려운가?
적당히 하시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나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