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그렇게 2010년의 첫 아침을 맞았다.
대충 밥을 먹고, TV를 좀 보다가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켜고, 기다리는데...
허걱!
또 무한 재부팅.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럼 내가 어제 그토록 걱정하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해야 되나... 어제 문제 해결책을 좀 더 찾아보고, 쓸만한 정보는 적어놓을걸...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새벽에 일어났던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저렇게 무한 재부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 번 제대로 부팅을 하는 때가 있겠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제대로 켜지면 다시 한 번 검색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말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계속 놔뒀다.
한 번씩 메인보드 로고가 보이는 화면에서 더 이상 진행을 안 하는 때가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내가 강제 재부팅을 시켜줬지만, 계속 진행을 하면 그대로 놔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해졌다.
새벽에 있었던 경우같이, 몇 번 재부팅하다가 그칠 기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밥을 먹고 와도, 화장실을 갔다와도, TV를 보다가 와도 계속 부팅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은 내가 목격한 무한 재부팅 현상이다.
- 컴퓨터를 켜면 처음으로 나오는 메인보드 로고화면에서 가끔 화면이 멈춘다.
- 메인보드 로고 화면을 무사히 통과하면 이런 저런 테스트 후에 '안전모드', '성공했던 구성(?)' 등 부팅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콘솔화면이 나온다.(윈도를 잘 모르는 관계로 이 정도로만...)
- 여기서 뭘 선택하든 바로 다시 재부팅하거나, 가끔은 윈도 로고가 희미하게 잠깐 보이고는 다시 재부팅된다.
약 반나절을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뭔가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본체 뚜껑을 열어봤다.
본체 뚜껑을 열어보니, 4년된 컴퓨터 치고는 먼지가 많이 쌓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세월의 흔적이 보여서, 그 추운 날에 '더스트 리무버'와 본체를 들고, 아파트 주차장 뒤편으로 향했다.
정말 추운 날씨였다.
각종 팬들(cpu팬과 샤시 팬, 파워 서플라이 팬 등)과 메인보드, 그리고 전면부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아직 더스트 리무버의 용량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맨손으로 감싸고도 해보고, 잠시 옷 속에 넣었다가 빼서 다시 사용해 봐도, 너무 뻑뻑하게 바람이 분사되는 바람에 대충 큰 먼지들만 제거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전원을 넣고, 다시 컴퓨터를 켜 보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 컴퓨터는 먼지 하나 털어주는 것 갖고는 만족을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본체의 한 쪽 패널만 떼어내고, 눕혀놓고, 메인보드의 여기 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살펴봐봐야 별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그냥 메인보드에 꽂혀 있는 콘덴서 중에 배가 부른 놈이 있는지, 혹시 선이 뽑힌 곳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배부른 콘덴서는 없었고, 선이 뽑힌 곳도 없었다. 난감했다.
그렇게 좀 엉성한 검사를 한 후, 다시 컴퓨터를 켜 봤지만, 역시나 무한 재부팅.
새벽에 잠깐 해결책을 본 것 중에는, xp를 다시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내용이 기억났다.
현재로써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xp CD를 찾아서, 다시 설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xp를 다시 설치를 하려니, 현재 하드디스크에 있는 자료들을 백업을 안 해 놓은 것이 아닌가...
크~ 정말 산 넘어 산이라더니...
집에 컴퓨터는 이것 한 대 밖에 없고, 한 대 밖에 없는 컴퓨터는 켜질 생각도 안하고... 완전 진퇴양난이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동생이 내게 준 폐기처분 일보직전의 노트북. 가끔 화면이 안나와서 동생이 노트북을 새로 사면서 버릴까 말까 하는 걸 내가 업어온 것이다.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던 노트북 전원선과 마우스를 찾아서 연결해 놓고, 노트북을 켜 보았더니 제대로 켜지는가 싶더니, 예의 그 고질병인 화면이 안나오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노트북이고 뭐고 확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성질대로 할 수는 없는 일.
본체에 연결되어 있던 모니터 케이블을 노트북에 연결해서 노트북의 화면을 데스크탑 모니터로 보려고 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노트북 화면을 데스크탑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본체이 있던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백업하는 일.
어제 오늘, 컴퓨터가 고장난 이후로 가장 다행스럽다고 여긴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외장하드디스크 케이스가 두 개라는 사실과 여분의 하드디스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외장케이스를 1개만 갖고 있었다거나 여분의 하드디스크가 없었다면, 아마 컴퓨터를 13층에서 아래로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1개의 외장케이스에는 본체에 있던 하드디스크를 연결했고, 1개의 외장케이스에는 여분의 하드디스크를 넣어서, 두 개의 외장하드디스크 케이스를 노트북에 연결해서, 곧바로 자료 백업을 실시했다.
다행히, 컴퓨터가 고장나기 전, 대부분의 자료를 백업해 놓은 상태여서, 나머지 자료들을 백업하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백업작업을 마치고, 노트북과 하드디스크 외장케이스 등을 정리하고, xp CD를 DVD-RW에 넣고, 본체의 전원을 켰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바이오스 설정을 고쳐서, DVD-RW로 부팅을 할 수 있게 하고는 xp를 새로 설치하려고 했다.
CD를 읽어들이고는, xp를 설치하겠냐는 화면에서 설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아 글쎄 이 잡것이 또 부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참나, 정말 어이상실, 의욕상실, 살인충동, 아니 살본체충동이 일었다.
그러기는 여러 번.
이제는 포기를 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싶어서, 다시 한 번 xp 설치를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설치를 하는 것 같다가 중간에 또 지 혼자 부팅을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쯤에서 한 가지 감을 잡은 것이 있었다.
지금 내 컴퓨터의 본체가 보여주는 이 무한 재부팅 현상은 바이러스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100% 하드웨어 문제때문이라는 것이다.
xp를 새로 설치하겠다는데도 설치 중간에, 아니 거의 초반에 재부팅이 되버린 것으로 봐서, 이건 100% 하드웨어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일단 하드디스크 문제는 확실히 아니다. 왜냐하면, 무사히 백업을 마쳤으니까.
메인보드에 있는 콘덴서들도 외관상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서, 콘덴서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파워 서플라이 문제밖에 없다.
전혀 용량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DVD-RW의 전원을 빼고 다시 부팅을 해 봤다. 역시나 계속 무한 재부팅.
이제 남은, 의심해 볼 수 있는 원인은 메인보드 또는 cpu 또는 메모리 뿐이다. 이것들 중에 일부 또는 전부가 고장난 경우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갈아야 하는데, 그 돈이 만만찮게 들것 같았다.
크~ 또 다시 돈 문제로 귀착되는군...
메인보드를 갈게 되면, cpu와 메모리도 갈아야 되므로, 돈이 좀 많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 컴퓨터에 있는 메인보드와 같은 메인보드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일단 메인보드만 갈아봐도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돈이 훨씬 적게 들것이다. cpu나 메모리에 문제가 없다면...
내 컴퓨터에 있는 메인보드와 같은 모델을 찾으려면, 인터넷이 되어야 하는데, 컴퓨터가 켜지질 않으니,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pc방.
지난 몇 년간 pc방에 갈 일이 없어서, 아파트 근처에 pc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나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 시각이 밤 10시경. 최후의 방법(같은 모델의 메인보드를 찾아 보는 것)을 써 보기로 한 것이다. 일단 구할 수 만 있다면, 다음 주에라도 가서 사와야 할 것이다.
그 시간에 집을 나서면서, 몸에 지닌 것이라고는 5천원과 볼펜, 메인보드 메뉴얼, 수첩 한 권이 전부였다.
역시나 아파트 단지가 많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pc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 저기를 헤맨지 30여분. 드디어 옆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허름한 pc방을 하나 찾았다.
pc방의 자리에 앉아, 같은 모델의 메인보드가 아직 판매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업체 몇 군데가 나왔다. 처음에는 각 업체의 홈페이지 주소와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다보니, 전부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업체였다.
그래서, 일단 같은 모델의 메인보드가 비록 리퍼비시 제품이긴 하지만,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메인보드 구입 문제는 이제 가서 사기만 하면 되었고, 진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한 재부팅 문제 해결을 위한 검색에 들어갔다.
역시나 어제 새벽에 잠깐 봤던 현상들과 대처방법들이 있었다.
어제같이 허투루 보지 않고, 좀 더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하드디스크 문제다, xp를 새로 설치해봐라, 콘덴서를 살펴봐라' 등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계속 지나가는데, 어느 사이트에선가 메모리를 빼서, 접점 부위를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다시 끼우면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그 내용을 간략하게 수첩에 옮겨적고, 이런 저런 내용들도 몇 개 더 적고 난 뒤, pc방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 추운 밤에 미끄러운 빙판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서, 이제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본체를 눕혀놓고, 메모리를 빼서 접점을 지우개로 지우고, 혹시나 싶어서, 원래 메모리가 꽂혀있던 뱅크가 아닌, 다른 뱅크에 메모리를 꽂았다.
그리고, 전원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만쉐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우르르 쾅쾅 쉑쉑쉑~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라노~
순간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었다.
만 하루를 컴퓨터 고치는데 힘을 쏟았더니 진이 다 빠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컴퓨터에 거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ㅋㅋㅋ
근데 조금 허탈했다.
그거 하나, 겨우 메모리 하나 깨끗이 닦고 다른 뱅크에 끼운 것 뿐인데...팽~
그렇게 해서 제대로 부팅이 되는 걸보고는, 다시 재부팅을 시켜보니 역시 그 이후로는 쭈~욱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지금 이 글도 그 컴퓨터에서 적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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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컴퓨터의 무한 재부팅 때문에 고민할 사람들에게 고하노라~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할 정도라면, 그냥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는게 더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한 푼이 아쉬운 서민이라면, 우선 돈이 들지 않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서 1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무한 재부팅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1편에서 적은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중에서 체크를 해 볼 수 있는 것은 전부 체크를 해보고, 그 다음에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려면...
이상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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