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어느 대학병원의 이상한 진료비 계산법...

오늘 집사람의 병원진료가 예약되어 있어서, 고대구로병원으로 같이 찾아갔다.

집사람이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진료비를 계산하려는지 창구앞에 서 있길래, 나도 짐을 챙겨서

집사람 옆으로 갔다.

그런데, 진료비를 수납하는 직원이 말하길,

 

"xxx님, 진료비가 18만 천 x백원나왔습니다"

 

라는 것이다.

18만원?

엑스레이를 찍거나 조직 검사 같은 걸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진료비가 18만원 넘게 나왔냐며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6개월후에 다시 진료를 해야 되는데 그 때 지급할 진료비를 지금 미리 내는 것이라서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사람은 이미 카드로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받아 챙기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뭔가 찜찜해서 계산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왜 6개월뒤에나 내야할 진료비를 지금 내는 건가요? 그 때 내면 안되나요?"

 

내 말을 듣고 나더니, 그 직원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6개월 뒤에 진료 받고 난 뒤 진료비를 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싶다면 취소시켜주겠단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결제를 취소하고 6개월 뒤에 진료받고 난 뒤 진료비를 내겠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순순히 취소를 해 주는 것이다.

 

6개월뒤에나 받을 진료에 대한 진료비를 지금 낸다?

만약, 지금 내는 그 18만원이라는 돈이, 병원측에서 그 6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집사람이 진료를 받는데 필요한 뭔가를 해야 하는 돈이라면 기꺼이 낼 수 있다.

하지만, 집사람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병에 걸려 검사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것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미지의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그 병을 검사하는데 18만원이면 된다? 그것도 6개월동안 그 미지의 병을 조사하는데 18만원이면 된다? 이것도 넌센스가 아닌가.

 

도저히 납득이 안가서, 병원을 나오다가 다른 직원(그 수납직원 말고)이 보이길래, 진료비에 대해서 컴플레인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 직원은 무슨 일 때문이냐고 나한테 묻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납득이 가지 않은 진료비 징수 체계에 대해 불만을 말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 왈,

6개월 뒤 쯤에 진료를 받으러 올 때, 진료받을 사람이 많을 경우, 수납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검사도 제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그 진료비를 미리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내도 되고, 6개월 뒤 그 때 내도 되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의 의향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그 6개월 뒤 진료비를, 지금 받은 진료에 대한 비용인것처럼해서 받느냐고 물었다.

그 직원은,

그건 잘못된 건 맞는데, 그럼 자기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냐며 내게 도리어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것이다.

 

내 컴플레인을 들은 이 직원의 태도 자체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예약진료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그 병원에서는 예약할 때 예약진료비라는 것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예약진료비라는 것이 몇 천원 수준이었고, 예약하면서 예약진료비를 안내고, 진료를 받는 날 내도 된다는 말을 들었었다. 물론 미리 낸 예약진료비는 진료를 받는 날 내는 진료비에서 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 2만원도 아니고, 18만원이나 되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을 1, 2개월도 아니고 6개월을 환자에게서 미리 땡겨서 받는다?

만약 이런 경우가 집사람 한 명의 경우가 아니라, 1000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대구로병원은 6개월동안 1억 8천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기는 것이다. 이 6개월동안은 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진료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은 최소한 6개월동안 완전 공돈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돈을 연리5%로 은행에 맡길 경우, 1년에 이자로 약 9백만원이 생기며, 6개월동안은 약 450만원이라는 돈이 완전 공짜로 병원측에 발생하는 것이다.

 

병원 운영에서 나온 이윤을 가지고, 사채를 놓든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를 받든 그건 내가 알바 아니다.

실제 이유야 어떻든,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자기네들 마음대로 일을 진행시키냐는 것이다.

 

그 직원의 말대로, 어떤 특정한 날(예를 들면, 월초라거나 주말이라거나) 진료받을 사람이 많을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든, 직원을 늘리든, 그에 따르는 제반비용은 모두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소비자에게 받지도 않은 진료에 대한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은, 병원측의 무책임한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사기' 또는 '칼 안 든 강도'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하지도 않은 진료 행위를 빌미삼아 6개월이나 미리 진료비를 땡겨서 받는 건 뭔가 깔끔한 느낌은 아니다. 분명히...

 

(결국, 집사람은 이 날 다음 예약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다음 예약날짜는 분명 평일이 될테고, 따라서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고려해서 다시 예약날짜를 잡을 거라고 한다. 예약날짜도 잡지 못한 상태인 사람에게 진료비를 모두 청구해서 받는 것은, 어느 나라 상식일까? 요즘 나라꼴이 참 말이 아니다 싶었는데, 그게 벌써 대학병원까지 오염시킨 것인지...심히 걱정스럽다.)

 

(집사람이 진료비를 지불하고 난 뒤, 나는 그 진료비를 계산하는 직원을 통해, 해당 예약진료비는 취소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직원은 취소를 해 주었다. 그렇게 한 뒤 집사람과 돌아서는데 우리 뒤에 기다리고 있던, 우리 다음 차례의 중년 아줌마가 궁시렁 거리는 말이 참 걸작이었다. '거 참 되게 깐깐하게 그러네...'. 그 뒤통수에 대고 정중하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었다.

'그럼 아주머니는 아주머니 가족 1명당 100년동안 할 예약 진료비로 1억원씩 먼저 계산하라면, 그렇게 할건가요?'라고...)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물음표...

담배를 버렸다.
15년정도를 피웠던 담배를 버렸다.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버려졌다.

하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도 내게서 저절로 버려지고 있다.

책도 버려졌다.
책은 진짜 버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책이 저절로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지금 내 가방에는 책이 없다.

별도 버렸다.
별은 내가 직접 버렸다.
별의 날카로운 칼날에 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별의 뾰족한 창끝에 내 마음에 너무 많은 구멍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버리려고 노력했던 담배는 내 마음에 생긴 구멍으로 사라졌다.
없이는 못 살것 같았던 책도 내 마음에 생긴 찢어진 곳으로 사라졌다.
이 구멍과 찢어진 곳은 모두 별 때문에 생긴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내가 구멍과 찢어진 곳으로 사라질까.

2010년 1월 7일 목요일

2010년 책읽기 계획

드디어 2010년의 해가 밝았다. 아니, 밝은 지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다.ㅋ
1999년의 마지막 날, 새천년이 온다고, 여친(지금의 마눌님)과 부산 남포동에서 마지막 상영 영화(박하사탕)를 보고, 새벽까지 커피숖에서 이야기 하다가, 첫 차가 다닐 때 쯤 새천년의 해를 보기 위해 해운대행 버스를 탔다가, 길이 너무 막혀 해운대까지 못가고, 광안리에서 내려서 해를 보고 집에 돌아간 추억을 만든지 딱 10년째다.

내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때가 2006년 여름이었으리라.
한 참 방황을 하던 시기였다.
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힘 있는 사람들에게 당하는지를 똑똑히 체험한 뒤인지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함만을 느끼던 시기였다. 자살까지 생각을 해 봤다면 그 참담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시기에는 힘이 없어서, 단지 힘이 없어서 힘 있는 자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었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어떻게 처절하게 죽어갔는지('나를 운디드니에 묻어다오'), 티베탄들이 지나인들에게 어떤 박해를 받았으며,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 역사에서 단지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저항을 했는지,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힘 없는 사람들은 왜 계속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책을 읽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고 목소리들을 높이지만, 정작 힘 없는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귀를 귀울일 여유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힘 없는 사람들이 모두 없어지거나, 이들이 힘을 얻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해결방법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런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책들, 같이 살자고 부르짖는 책들을 계속 읽어나가는데 한계를 느꼈다. 그런 책들을 계속 읽으면 무얼할까? 나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의문점만 쌓여갈 뿐 애당초 갖고 있던 의문점들조차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당장 이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는,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초석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자!
내 자식들만큼은 올바른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키자!
그리고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할 수 있도록만 하자!

잠시 쉬고 싶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고 싶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2010년 1월 6일 수요일

눈 덮인 대한민국(2010.1.3)




눈으로 덮인 대한민국의 2010년 1월 3일 위성사진
(출처 : http://earthobservatory.nasa.gov/NaturalHazards/view.php?id=42211)

2010년 1월 3일 일요일

2009년 책읽기...

2009년의 책읽기.

좀 많이 게으름을 피운 한 해였다.

모두 52권을 읽었다.

2007년 약 70권,

2008년 약 60권,

2009년 52권.

 

갈수록 읽은 책 권수가 줄어들고 있다.

2009년의 독서패턴은, 역시 사회와 역사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간간히 여행분야에도 눈을 돌렸다.

2009년 10월 초에는 2006년 여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권수가 200권이 되는 달이었다.

평균 한 주에 1권꼴로 읽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읽을 책 권수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제일 큰 이유는, 우선 나의 관심분야가 점점 사회와 역사에서 벗어나서, 좀 더 다양한 분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인데, 아직은 딱히 어느 분야를 집중적으로 또는 어느 어느 분야를 볼 것인가를 정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소설에는 거의 손을 안 댔는데, 이제는 한 번 읽어볼까 싶기도 하고, 경제분야도 좀 관심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한 동안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과학분야도 한 번 탐독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내 처지가 처지인지라, 딱히 정해두고 책을 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시간나는대로 읽는 수 밖에...

나의 인내심에 대한 컴퓨터의 무한도전 (2/2)

짜잔~

그렇게 2010년의 첫 아침을 맞았다.

대충 밥을 먹고, TV를 좀 보다가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켜고, 기다리는데...

허걱!

또 무한 재부팅.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럼 내가 어제 그토록 걱정하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해야 되나... 어제 문제 해결책을 좀 더 찾아보고, 쓸만한 정보는 적어놓을걸...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새벽에 일어났던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저렇게 무한 재부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 번 제대로 부팅을 하는 때가 있겠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제대로 켜지면 다시 한 번 검색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말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계속 놔뒀다.

한 번씩 메인보드 로고가 보이는 화면에서 더 이상 진행을 안 하는 때가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내가 강제 재부팅을 시켜줬지만, 계속 진행을 하면 그대로 놔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해졌다.

새벽에 있었던 경우같이, 몇 번 재부팅하다가 그칠 기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밥을 먹고 와도, 화장실을 갔다와도, TV를 보다가 와도 계속 부팅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은 내가 목격한 무한 재부팅 현상이다.

 

- 컴퓨터를 켜면 처음으로 나오는 메인보드 로고화면에서 가끔 화면이 멈춘다.

- 메인보드 로고 화면을 무사히 통과하면 이런 저런 테스트 후에 '안전모드', '성공했던 구성(?)' 등 부팅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콘솔화면이 나온다.(윈도를 잘 모르는 관계로 이 정도로만...)

- 여기서 뭘 선택하든 바로 다시 재부팅하거나, 가끔은 윈도 로고가 희미하게 잠깐 보이고는 다시 재부팅된다.

 

약 반나절을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뭔가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본체 뚜껑을 열어봤다.

본체 뚜껑을 열어보니, 4년된 컴퓨터 치고는 먼지가 많이 쌓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세월의 흔적이 보여서, 그 추운 날에 '더스트 리무버'와 본체를 들고, 아파트 주차장 뒤편으로 향했다.

정말 추운 날씨였다.

각종 팬들(cpu팬과 샤시 팬, 파워 서플라이 팬 등)과 메인보드, 그리고 전면부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아직 더스트 리무버의 용량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맨손으로 감싸고도 해보고, 잠시 옷 속에 넣었다가 빼서 다시 사용해 봐도, 너무 뻑뻑하게 바람이 분사되는 바람에 대충 큰 먼지들만 제거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전원을 넣고, 다시 컴퓨터를 켜 보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 컴퓨터는 먼지 하나 털어주는 것 갖고는 만족을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본체의 한 쪽 패널만 떼어내고, 눕혀놓고, 메인보드의 여기 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살펴봐봐야 별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그냥 메인보드에 꽂혀 있는 콘덴서 중에 배가 부른 놈이 있는지, 혹시 선이 뽑힌 곳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배부른 콘덴서는 없었고, 선이 뽑힌 곳도 없었다. 난감했다.

그렇게 좀 엉성한 검사를 한 후, 다시 컴퓨터를 켜 봤지만, 역시나 무한 재부팅.

 

새벽에 잠깐 해결책을 본 것 중에는, xp를 다시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내용이 기억났다.

현재로써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xp CD를 찾아서, 다시 설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xp를 다시 설치를 하려니, 현재 하드디스크에 있는 자료들을 백업을 안 해 놓은 것이 아닌가...

크~ 정말 산 넘어 산이라더니...

집에 컴퓨터는 이것 한 대 밖에 없고, 한 대 밖에 없는 컴퓨터는 켜질 생각도 안하고... 완전 진퇴양난이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동생이 내게 준 폐기처분 일보직전의 노트북. 가끔 화면이 안나와서 동생이 노트북을 새로 사면서 버릴까 말까 하는 걸 내가 업어온 것이다.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던 노트북 전원선과 마우스를 찾아서 연결해 놓고, 노트북을 켜 보았더니 제대로 켜지는가 싶더니, 예의 그 고질병인 화면이 안나오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노트북이고 뭐고 확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성질대로 할 수는 없는 일.

본체에 연결되어 있던 모니터 케이블을 노트북에 연결해서 노트북의 화면을 데스크탑 모니터로 보려고 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노트북 화면을 데스크탑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본체이 있던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백업하는 일.

어제 오늘, 컴퓨터가 고장난 이후로 가장 다행스럽다고 여긴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외장하드디스크 케이스가 두 개라는 사실과 여분의 하드디스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외장케이스를 1개만 갖고 있었다거나 여분의 하드디스크가 없었다면, 아마 컴퓨터를 13층에서 아래로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1개의 외장케이스에는 본체에 있던 하드디스크를 연결했고, 1개의 외장케이스에는 여분의 하드디스크를 넣어서, 두 개의 외장하드디스크 케이스를 노트북에 연결해서, 곧바로 자료 백업을 실시했다.

다행히, 컴퓨터가 고장나기 전, 대부분의 자료를 백업해 놓은 상태여서, 나머지 자료들을 백업하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백업작업을 마치고, 노트북과 하드디스크 외장케이스 등을 정리하고, xp CD를 DVD-RW에 넣고, 본체의 전원을 켰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바이오스 설정을 고쳐서, DVD-RW로 부팅을 할 수 있게 하고는 xp를 새로 설치하려고 했다.

CD를 읽어들이고는, xp를 설치하겠냐는 화면에서 설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아 글쎄 이 잡것이 또 부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참나, 정말 어이상실, 의욕상실, 살인충동, 아니 살본체충동이 일었다.

그러기는 여러 번.

이제는 포기를 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싶어서, 다시 한 번 xp 설치를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설치를 하는 것 같다가 중간에 또 지 혼자 부팅을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쯤에서 한 가지 감을 잡은 것이 있었다.

지금 내 컴퓨터의 본체가 보여주는 이 무한 재부팅 현상은 바이러스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100% 하드웨어 문제때문이라는 것이다.

xp를 새로 설치하겠다는데도 설치 중간에, 아니 거의 초반에 재부팅이 되버린 것으로 봐서, 이건 100% 하드웨어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일단 하드디스크 문제는 확실히 아니다. 왜냐하면, 무사히 백업을 마쳤으니까.

메인보드에 있는 콘덴서들도 외관상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서, 콘덴서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파워 서플라이 문제밖에 없다.

전혀 용량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DVD-RW의 전원을 빼고 다시 부팅을 해 봤다. 역시나 계속 무한 재부팅.

이제 남은, 의심해 볼 수 있는 원인은 메인보드 또는 cpu 또는 메모리 뿐이다. 이것들 중에 일부 또는 전부가 고장난 경우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갈아야 하는데, 그 돈이 만만찮게 들것 같았다.

크~ 또 다시 돈 문제로 귀착되는군...

메인보드를 갈게 되면, cpu와 메모리도 갈아야 되므로, 돈이 좀 많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 컴퓨터에 있는 메인보드와 같은 메인보드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일단 메인보드만 갈아봐도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돈이 훨씬 적게 들것이다. cpu나 메모리에 문제가 없다면...

 

내 컴퓨터에 있는 메인보드와 같은 모델을 찾으려면, 인터넷이 되어야 하는데, 컴퓨터가 켜지질 않으니,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pc방.

지난 몇 년간 pc방에 갈 일이 없어서, 아파트 근처에 pc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나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 시각이 밤 10시경. 최후의 방법(같은 모델의 메인보드를 찾아 보는 것)을 써 보기로 한 것이다. 일단 구할 수 만 있다면, 다음 주에라도 가서 사와야 할 것이다.

그 시간에 집을 나서면서, 몸에 지닌 것이라고는 5천원과 볼펜, 메인보드 메뉴얼, 수첩 한 권이 전부였다.

역시나 아파트 단지가 많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pc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 저기를 헤맨지 30여분. 드디어 옆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허름한 pc방을 하나 찾았다.

 

pc방의 자리에 앉아, 같은 모델의 메인보드가 아직 판매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업체 몇 군데가 나왔다. 처음에는 각 업체의 홈페이지 주소와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다보니, 전부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업체였다.

그래서, 일단 같은 모델의 메인보드가 비록 리퍼비시 제품이긴 하지만,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메인보드 구입 문제는 이제 가서 사기만 하면 되었고, 진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한 재부팅 문제 해결을 위한 검색에 들어갔다.

 

역시나 어제 새벽에 잠깐 봤던 현상들과 대처방법들이 있었다.

어제같이 허투루 보지 않고, 좀 더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하드디스크 문제다, xp를 새로 설치해봐라, 콘덴서를 살펴봐라' 등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계속 지나가는데, 어느 사이트에선가 메모리를 빼서, 접점 부위를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다시 끼우면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그 내용을 간략하게 수첩에 옮겨적고, 이런 저런 내용들도 몇 개 더 적고 난 뒤, pc방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 추운 밤에 미끄러운 빙판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서, 이제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본체를 눕혀놓고, 메모리를 빼서 접점을 지우개로 지우고, 혹시나 싶어서, 원래 메모리가 꽂혀있던 뱅크가 아닌, 다른 뱅크에 메모리를 꽂았다.

그리고, 전원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만쉐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우르르 쾅쾅 쉑쉑쉑~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라노~

 

순간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었다.

만 하루를 컴퓨터 고치는데 힘을 쏟았더니 진이 다 빠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컴퓨터에 거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ㅋㅋㅋ

 

근데 조금 허탈했다.

그거 하나, 겨우 메모리 하나 깨끗이 닦고 다른 뱅크에 끼운 것 뿐인데...팽~

 

그렇게 해서 제대로 부팅이 되는 걸보고는, 다시 재부팅을 시켜보니 역시 그 이후로는 쭈~욱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지금 이 글도 그 컴퓨터에서 적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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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컴퓨터의 무한 재부팅 때문에 고민할 사람들에게 고하노라~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할 정도라면, 그냥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는게 더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한 푼이 아쉬운 서민이라면, 우선 돈이 들지 않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서 1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무한 재부팅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1편에서 적은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중에서 체크를 해 볼 수 있는 것은 전부 체크를 해보고, 그 다음에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려면...

 

이상 끄~읕~

나의 인내심에 대한 컴퓨터의 무한도전 (1/2)

벌써 작년 일이 되었다.

때는 2009년 12월 31일, 밖에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복돼지 엄마였다.

컴퓨터를 켜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저절로 부팅이 되고, 또 저절로 부팅이 되고, 이런 상태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다.

복돼지가 뽀로로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려고 컴퓨터를 켰더니 이런 증상이 있더란다.

헐...

예전에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출현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혹시나 집에 있는 컴퓨터가 그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건 아닌가 하고 의심했었다.

휴~ 컴퓨터를 갈아 엎은 지 얼마 안되었는데 또 갈아엎으려니, 앞이 깜깜해졌다.

 

그래서, 일단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 봤다.

어? 제대로 켜지는 것이 아닌가!

크~ 그럼 그렇지... 복돼지 엄마가 뭔가를 잘못 건드린 걸꺼야~ 싶었다.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내 손은 마이더스의 손이다~라는 사실을 복돼지엄마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면서 복돼지에게 뽀로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씻고, 간식 대충 먹고, 복돼지와 복돼지 엄마가 자러 간 사이, 자정이 좀 지난 시각에 TV 좀 보다가 컴퓨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허걱~ 복돼지 엄마 말대로 진짜로 컴퓨터가 지 혼자 자꾸 부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몇 번 인지도 모를 부팅을 하다가, 나도 지치고 지도 지쳐갈때쯤, 혹시나 본체 전원코드를 뽑아놓고, 몇 분 뒤에 다시 전원을 꽂아서 켜면 켜질까 싶어서, 그렇게 했더니...

신기하게도 컴퓨터가 다시 제대로 작동을 하는 것이다.

휴~ 그럼 그렇지.

 

컴퓨터가 제대로 켜지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했다.

'무한 재부팅', 'xp 재부팅' 등 '재부팅'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 원인이 바이러스보다는, 하드웨어 자체에 결함이 생겨서 그럴 수 있다는 내용이 더 많았다.

 

- 하드디스크에 배드섹터가 생겼다거나,

- 파워 서플라이의 용량이 부족하다거나,

- 메인보드에 꽂혀 있는 콘덴서가 고장났다거나(콘덴서 배가 불룩해져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 메인보드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 cpu, 메모리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는 산 지가 3년(?) 정도 되었으니, 배드섹터가 생길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했으므로 패쓰~

파워 서플라이는 350와트짜리인데, 전기를 잡아먹는 거라고 해봐야 하드디스크 1개와 DVD-RW 1개뿐이고, 또 지금까지 잘 사용했었기 때문에 역시 파워 서플라이의 용량 문제도 패쓰~

그렇다면, 메인보드나 cpu, 메모리 중 한 부분의 문제라는 이야기인데... 이 경우에는 메인보드를 갈아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었다. 메인보드를 갈면서 cpu와 메모리도 같이 갈아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가 맞다면, 컴퓨터 본체를 새로 맞추는 수 밖에 없었다.

흑~ 그러자면, 최소한 40~50만원은 들텐데, 내년에 집사고 하려면 조금이라도 아껴야 되는데, 이를 어쩌지...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드는 생각!

지금 잘 사용하고 있잖아~ 아이 참~ 별걱정을 ㅋㅋㅋ.

 

그렇게 2009년의 마지막날을 컴퓨터 걱정을 하면서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안도의 숨의 한 번 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