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사람의 병원진료가 예약되어 있어서, 고대구로병원으로 같이 찾아갔다.
집사람이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진료비를 계산하려는지 창구앞에 서 있길래, 나도 짐을 챙겨서
집사람 옆으로 갔다.
그런데, 진료비를 수납하는 직원이 말하길,
"xxx님, 진료비가 18만 천 x백원나왔습니다"
라는 것이다.
18만원?
엑스레이를 찍거나 조직 검사 같은 걸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진료비가 18만원 넘게 나왔냐며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6개월후에 다시 진료를 해야 되는데 그 때 지급할 진료비를 지금 미리 내는 것이라서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사람은 이미 카드로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받아 챙기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뭔가 찜찜해서 계산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왜 6개월뒤에나 내야할 진료비를 지금 내는 건가요? 그 때 내면 안되나요?"
내 말을 듣고 나더니, 그 직원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6개월 뒤에 진료 받고 난 뒤 진료비를 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싶다면 취소시켜주겠단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결제를 취소하고 6개월 뒤에 진료받고 난 뒤 진료비를 내겠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순순히 취소를 해 주는 것이다.
6개월뒤에나 받을 진료에 대한 진료비를 지금 낸다?
만약, 지금 내는 그 18만원이라는 돈이, 병원측에서 그 6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집사람이 진료를 받는데 필요한 뭔가를 해야 하는 돈이라면 기꺼이 낼 수 있다.
하지만, 집사람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병에 걸려 검사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것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미지의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그 병을 검사하는데 18만원이면 된다? 그것도 6개월동안 그 미지의 병을 조사하는데 18만원이면 된다? 이것도 넌센스가 아닌가.
도저히 납득이 안가서, 병원을 나오다가 다른 직원(그 수납직원 말고)이 보이길래, 진료비에 대해서 컴플레인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 직원은 무슨 일 때문이냐고 나한테 묻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납득이 가지 않은 진료비 징수 체계에 대해 불만을 말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 왈,
6개월 뒤 쯤에 진료를 받으러 올 때, 진료받을 사람이 많을 경우, 수납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검사도 제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그 진료비를 미리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내도 되고, 6개월 뒤 그 때 내도 되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의 의향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그 6개월 뒤 진료비를, 지금 받은 진료에 대한 비용인것처럼해서 받느냐고 물었다.
그 직원은,
그건 잘못된 건 맞는데, 그럼 자기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냐며 내게 도리어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것이다.
내 컴플레인을 들은 이 직원의 태도 자체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예약진료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그 병원에서는 예약할 때 예약진료비라는 것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예약진료비라는 것이 몇 천원 수준이었고, 예약하면서 예약진료비를 안내고, 진료를 받는 날 내도 된다는 말을 들었었다. 물론 미리 낸 예약진료비는 진료를 받는 날 내는 진료비에서 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 2만원도 아니고, 18만원이나 되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을 1, 2개월도 아니고 6개월을 환자에게서 미리 땡겨서 받는다?
만약 이런 경우가 집사람 한 명의 경우가 아니라, 1000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대구로병원은 6개월동안 1억 8천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기는 것이다. 이 6개월동안은 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진료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은 최소한 6개월동안 완전 공돈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돈을 연리5%로 은행에 맡길 경우, 1년에 이자로 약 9백만원이 생기며, 6개월동안은 약 450만원이라는 돈이 완전 공짜로 병원측에 발생하는 것이다.
병원 운영에서 나온 이윤을 가지고, 사채를 놓든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를 받든 그건 내가 알바 아니다.
실제 이유야 어떻든,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자기네들 마음대로 일을 진행시키냐는 것이다.
그 직원의 말대로, 어떤 특정한 날(예를 들면, 월초라거나 주말이라거나) 진료받을 사람이 많을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든, 직원을 늘리든, 그에 따르는 제반비용은 모두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소비자에게 받지도 않은 진료에 대한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은, 병원측의 무책임한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사기' 또는 '칼 안 든 강도'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하지도 않은 진료 행위를 빌미삼아 6개월이나 미리 진료비를 땡겨서 받는 건 뭔가 깔끔한 느낌은 아니다. 분명히...
(결국, 집사람은 이 날 다음 예약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다음 예약날짜는 분명 평일이 될테고, 따라서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고려해서 다시 예약날짜를 잡을 거라고 한다. 예약날짜도 잡지 못한 상태인 사람에게 진료비를 모두 청구해서 받는 것은, 어느 나라 상식일까? 요즘 나라꼴이 참 말이 아니다 싶었는데, 그게 벌써 대학병원까지 오염시킨 것인지...심히 걱정스럽다.)
(집사람이 진료비를 지불하고 난 뒤, 나는 그 진료비를 계산하는 직원을 통해, 해당 예약진료비는 취소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직원은 취소를 해 주었다. 그렇게 한 뒤 집사람과 돌아서는데 우리 뒤에 기다리고 있던, 우리 다음 차례의 중년 아줌마가 궁시렁 거리는 말이 참 걸작이었다. '거 참 되게 깐깐하게 그러네...'. 그 뒤통수에 대고 정중하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었다.
'그럼 아주머니는 아주머니 가족 1명당 100년동안 할 예약 진료비로 1억원씩 먼저 계산하라면, 그렇게 할건가요?'라고...)
